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 자살 위험성 경감 효과에 대한 고찰
Cognitive-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 A Review of the Treatment Effects on Suic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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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Insomnia has been identified as a risk factor for suicide. Apart from its indirect influence on suicide risk through comorbid psychiatric illnesses, there is also strong empirical evidence that insomnia is an independent risk factor for suicide. Insomnia may affect suicide through different mechanisms, such as mood dysregulation, hopelessness, impulsivity, and sleep deprivation. Cognitive-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 (CBTI) is an evidence-based, non-pharmacological treatment that is effective in treating both primary and comorbid insomnia disorder. Treatment effects of CBTI can be extended to alleviate suicidality by improving sleep disturbance. Through a literature review, we summarize available data which suggests that CBTI may decrease suicidality risk, and provide clinical implications about utilizing CBTI for high risk suicidal patients.
서 론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 의하면 매년 8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자살로 사망하고, 자살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 원인의 1.4%에 해당한다[1]. 대한민국은 2016년에 인구 10만 명당 25.6명이 자살로 사망하였고,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회원국 평균 12.0명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2]. 자살 시도가 미수에 그치는 경우까지 고려한다면 자살에 대한 예방적인 접근과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근거 기반의 효과적인 개입이 중요한 시점이다.
자살과 수면 문제의 관련성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었다[3-6]. 정신질환에 동반된 수면 문제가 자살의 위험성을 높이기도 하고, 정신질환과 수면 문제가 공존하는 경우 수면문제가 없을 때보다 자살 행동의 위험이 유의하게 1.99배 높다고 보고되었다[7]. 일본에서 15,597명을 대상으로 14년간 장기추적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수면 유지의 어려움과 자살 위험간의 관계를 확인하였다[8]. 불면증은 자살 위험이 높은 정신질환인 우울장애나 알코올사용장애에서도 흔히 동반되어 나타나는 증상으로, 우울장애나 알코올사용장애를 지속 혹은 악화시켜 자살 위험을 높이는 간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선행 연구를 통해 불면증과 자살의 독립적인 관계를 확인하였는데, 우울의 영향을 통제하고도 불면증과 자살 사고 간의 유의한 관계를 확인하였고[9-11], 메타분석에서도 수면 문제와 자살은 우울 증상과 상관없이 독립적인 관계를 보였다[12].
수면 문제는 우울장애, 조현병, 알코올 남용, 연령, 교육 수준, 사회적 고립, 만성 질병 등 이미 잘 알려진 자살의 위험요인에 비해 개입이 비교적 용이한 특징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위험 요인에 대한 개입이 자살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를 통한 근거가 요구되며, Linehan은 자살 행동의 예방을 위해 경험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개입의 부재를 지적하였다[13]. Glenn 등도 자살 행동의 위험 요인을 밝힌 연구들을 통해 실제 자살을 예측 및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증가하였는지에 의문을 표하였다[14]. 본 종설에서는 기존 문헌에 대한 고찰을 통해 불면증의 비약물적 치료인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소개 및 자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수면 문제에 대한 개입이 자살 위험성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본 론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 소개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는 Spielman의 3-P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행동요법 및 인지요법으로 구성되어 있다[15]. 3-P 모델이란, P로 시작하는 세 가지 요인으로 인해 만성 불면증의 기전을 설명하는 모델로, 소인적 요인(predisposing factors), 유발 요인(precipitating factors), 그리고 지속요인(perpetuating factors)으로 구성되어 있다(Fig. 1). 소인적인 요인은 생물학적 혹은 심리적 취약성으로, 개인이 타고나는 요인들을 의미한다. 예민한 성격, 여성, 불면증에 대한 가족력과 같은 요인들을 소인적인 요인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소인적 요인만으로는 불면증이 발생하지 않는다. 유발 요인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스트레스 사건(예를 들어, 시험, 업무 스트레스, 가까운 가족의 죽음, 대인관계 갈등, 출산, 이사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불면증을 유발하는 요인들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면증을 유발한 스트레스 사건이 해결이 되면서 불면증 증상 또한 사라진다. 그러나 단기 불면증 증상을 경험한 사람들 중 일부는 만성 불면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잘못된 수면 습관이나 수면에 대한 역기능적인 생각이 불면증을 악화시키고 유지시키는 요인이 된다. 3-P 모델에서는 이런 역기능적인 생각과 행동들을 지속 요인이라고 부르며,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는 이런 지속 요인들을 수정하고 제거하여 불면증 증상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는 행동 및 인지요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4~8회기로 구성된 단기 심리치료이다. 보통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는 수면 교육 및 수면 위생, 자극 조절, 수면 제한, 이완요법, 및 인지치료로 구성되어 있다[16]. 현재 자극 조절, 수면 제한 및 인지치료는 단독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근거 기반 치료로 인정을 받았으며, 보통 수면 위생 및 이완요법은 부가적인 치료법으로 사용된다[16]. 광치료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지는 않지만, 불면증과 자주 동반하는 지연된 수면위상증후군(delayed sleep phase syndrome)에 해당되는 일주기 리듬 장애 환자에게 사용된다. 특히, 높은 밝기의 빛(>2,000 럭스)은 수면 위상을 당겨주는 기능을 하여, 수면 잠복기를 감소시켜 주기 때문에 수면 개시 불면증 환자에게 많이 사용된다[17,18].
불면증 치료 항목의 기본적인 내용은 Table 1을 참고한다. 보통 자살 위험성이 높은 환자들은 수면 박탈을 유발하면 자살 생각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수면 제한요법은 자살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잘 사용하지 않는 요법이다.
불면증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기제
여러 연구를 통해 우울 등의 변인을 통제한 후에도 불면증과 자살의 독립적인 관계가 확인되었다. 실제로 불면증과 자살 사이에 유의한 관계가 존재하여 자살 위험을 낮추기 위해 불면증에 개입하고자 한다면 불면증이 어떤 기제를 통해서 자살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19]. 불면증은 주로 야간에 발생하는 수면에 관한 장애이지만 불면증으로 인한 영향은 주간에도 지속되고 불면증 환자들은 이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자살 사고나 자살 행동 등은 주간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불면증이 직접적으로 자살 위험을 높이기 보다는 불면증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정서적, 인지적, 생물학적 요인 등이 자살 위험을 높이는 데에 기여한다고 보고 연구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본 종설에서는 불면증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기제로써 불면증으로 인한 정서적, 인지적 영향과 수면 시간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수면 문제로 인한 정서 조절 실패(Mood dysregulation)
정서 조절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주로 정신질환의 발생, 지속, 치료에 있어 정서 조절 혹은 정서 조절의 실패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어 왔다[20]. 예를 들어, 비효율적인 정서 조절은 심각한 우울 증상 및 문제 행동과 관련이 있고[21], 정서 조절의 실패는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PTSD)를 유의하게 예측하고 PTSD의 발생, 지속,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22].
수면 문제는 정서 조절 실패 및 정신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구체적으로 기분장애의 정서 조절 실패를 수면 문제가 더 악화시키거나[24], 범불안장애와 수면 문제의 관계를 정서 조절 실패가 매개하는 등의 관계가 확인되었다[25]. 수면과 정서는 양방향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보이는데[26], 부정적인 정서 반응은 인지적, 신체적 각성을 매개하여 불면증을 지속시키고[27], 낮은 수면의 질은 부정적인 정서에 대한 조절 능력을 손상시킨다[28]. 수면이 정서 조절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수면 문제가 정서 조절 실패에 독립적인 위험 요인임을 지지하는 근거는 증가하고 있다[29].
정서 조절과 자살 경향성의 관계에 관한 이전의 연구는 대체로 정서 조절을 방해가 되는 감정,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거나 없애는 단일적인 차원의 개념으로 보았다[30]. 그러나 이후의 연구는 정서 조절을 보다 다차원적인 개념으로 보고 정서 조절의 세부 항목과 자살 사고, 자살 행동과의 관계를 확인하고자 하였다[31-33]. 자살의 대인관계 이론을 기반으로 정서 조절 실패의 역할을 확인하고자 했던 연구에서는 정서 조절 실패의 두 가지 구성 요소인 심리적 고통에 대한 역치(distress tolerance),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무분별하게 행동할 가능성(negative urgency)과 자살에 대한 갈망, 자살 행동의 관계를 확인하였다. 심리적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역치가 낮고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무분별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자살 갈망을 보였으나 자살의 대인관계 이론에서 자살을 실제로 실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았던 자살 실행 능력, 즉 자살 행동의 수준은 낮았다[31]. 우울 증상과 기분장애 여부를 통제한 후에도 심리적 고통을 느낄 때 효과적인 조절 방안의 부재는 현재의 자살 사고를 예측하였고[32], 강렬한 부정적 정서인 좌절된 소속감이 불면증과 자살 사고의 관계를 매개하는 것을 확인한 연구도 있다[34].
불면증과 정서 조절 실패, 자살 위험성의 기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연구를 통한 경험적 근거가 필요하지만, 기존의 연구들을 통해 불면증과 정서 조절의 실패가 상호작용을 통해 심화되고, 이로 인해 자살 사고 등의 자살 위험성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설은 검증해 볼 만한 것으로 생각되며 정서조절의 어떤 요인이 자살 사고 혹은 자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다 정밀한 검증이 요구된다.
무망감(Hopelessness)과 충동성
자살 행동의 인지 모델에 의하면 정신질환에 취약한 소인적 요인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역기능적인 인지 과정을 활성화시키고, 이러한 인지 처리의 빈도, 기간, 강도가 심화되면서 자살 관련 인지 도식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고통스러운 생각과 정서가 지속되면 자살과 관련된 인지는 결국 자살 행동으로 귀결된다. 이 모델에서 소개한 정신질환에 취약한 소인적 요인에는 충동성, 문제해결 능력의 결함 등이 해당되고, 무망감은 자살 관련 인지 도식 중 하나이다[35]. 또한, 문제해결 능력의 결함, 충동성, 판단력 부족, 무망감 등은 다른 연구에서도 자살의 위험 인자로 확인된 인지적 요소이다[36-39]. 불면증 환자들이 호소하는 주간 기능의 어려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수면 문제는 주간의 여러 인지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메타분석에 의하면 불면증은 여러 인지 기능 중 작업기억, 일화기억, 문제해결 능력을 손상시킨다[40]. 이 외에도 49 시간의 수면 박탈이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연구에서는 수면 박탈 후에 더 위험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커지고, 연령이 높을수록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짐을 확인하였다[41].
가장 잘 알려진 자살의 인지적 위험 인자인 무망감은 자신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기대로 정의할 수 있다[42]. 무망감은 우울과 자살 사고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기제로써 작용하고, 충동성은 우울 심각도와 자살 사고의 관계성을 강화한다[43]. 무망감은 또한 불면증과 자살 사고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기제이기도 한데, 이 관계에서 우울의 영향을 통제하고도 무망감은 여전히 자살 사고를 유의하게 예측하였다[44].
자살은 충동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메타분석에 의하면 계획 없이 시행된 충동적인 자살 시도는 치명적이지 않은 결과를 야기하는 경향이 있었고 충동성과 자살의 관계도 크지 않았다. 자살과의 관계에서 충동성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보다 빠르게 자살 사고를 경험하고, 자해 행동을 하게 하는 등 자살 실행 능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45,46]. 충동성과 자살의 관계를 확인한 연구에서는 충동성의 구성개념을 구체화하여 그 관계를 확인하였다. Whiteside와 Lynam은 충동성의 4요인을 확인하였는데, 부정적인 정서를 느낄 때 강한 충동을 느끼는 경향(urgency), 행동의 결과를 숙고하는 능력의 결핍(lack of premeditation), 인내력의 부족(lack of perseverance), 감각 추구(sensation seeking)가 이에 해당한다[47]. 충동성은 각 요인이 자살 위험, 불면증과 맺는 관계를 구분하여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살 사고만 있는 사람과 자살 시도 과거력이 있는 사람은 모두 충동성의한 요인인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때 강한 충동을 보고했지만, 자살 시도 과거력이 있는 집단만 또 다른 요인인 행동의 결과를 숙고하는 능력의 결핍이 유의했다[48]. 불면증과의 관계에서는, 각 요인 중 부정적 감정을 경험할 때 느끼는 강한 충동만 불면증의 심각도 및 주간 기능의 손상과 관련이 있었고, 또 다른 요인인 인내력의 부족은 주간 기능의 손상과의 관계만 확인되었다[49]. 충동성과 불면증의 기제는 불면증 환자들이 입면 전에 취하는 두 가지 인지 처리 방식인 공격적 억압과 걱정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다[50].
수면 시간의 영향
불충분한 수면, 즉 짧은 수면 시간과 수면 스케줄도 자살위험의 증가와 관계가 있다. 먼저 수면 시각에 관해서는, 불면증뿐만 아니라 악몽 및 다른 수면장애들도 자살 위험과의 관계가 확인되었기 때문에 Perlis와 그의 동료들은 서로 다른 수면 문제들에 공통적인 요인이 자살 위험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보았다. 즉, 수면 문제는 밤에 깨어 있게 만드는데, 생물학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시간에 깨어 있는 것이 전두엽의 기능 저하(hypofrontality)를 야기하고, 집행 기능을 감소시켜 자살 사고 및 자살 행동의 위험을 높인다는 개념적 모델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여러 문헌에 대한 검토를 통해 밤에 깨어 있는 것이 다른 시간에 깨어 있는 것보다 자살 위험을 높이는 것을 확인하였다[51]. 짧은 수면 시간이 자살위험에 미치는 영향도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먼저 국내의 8,53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불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청소년들이 주중에 7시간 이상 자는 학생들보다 자살 사고 수준이 높았다. 이는 연령, 성별, 우울을 통제한 후에도 동일했다. 또한 주중에는 조금 자고, 주말에는 많이 자는 수면 패턴도 높은 수준의 자살 사고를 예측하였다[52]. 1,362명의 중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8시간 미만의 짧은 수면이 연령, 성별, 우울 증상 등을 통제하고도 자살 시도 위험의 증가와 관련 있었다[53]. 다른 연구에서는 8,09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5시간 이하의 수면 시간과 자살사고, 자살 시도와의 관계를 확인하였다. 불충분한 수면은 자살 사고와 자살 시도의 확률을 증가시켰고, 이는 인구통계적 변인과 정신질환을 통제한 후에도 유의하였다[54]. 성별에 따라 결과에 차이를 보인 연구도 있었는데, 자살 시도 과거력이 있는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짧은 수면을 취했을 때(5시간 이하) 자살 의도와 자살 위험이 유의하게 높아졌다[55]. 연구대상과 짧은 수면 시간의 정의가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불충분한 수면 외에 주중과 주말의 수면 시간에 차이가 큰불규칙한 수면 스케줄 또한 청소년의 자살 위험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수면의 어려움을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면증 치료로 인한 자살 경감 효과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자살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지 검증한 연구는 지금까지 2개 있었다(Table 2). 최근 Trockel 등의 연구에서는 불면 증상을 호소하는 405명의 군인을 대상으로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여 자살 사고 경감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총 6회기의 치료를 시행하였다. 치료 결과, 치료 전에는 128명(32%), 치료 후에는 86명(21%)의 참가자가 자살 사고를 보고하였고, 이는 33%의 자살 사고 감소를 의미했다. 또한, 이 연구에서 인구통계적 변인과 치료 전의 불면증 심각도를 통제한 후에도 불면증 심각도 척도 점수 7점의 감소는 65%의 자살 사고감소와 관련이 있었다. 불면증의 개선에 따른 우울 증상의 개선도 함께 확인되었고, 우울 증상의 개선을 통제하고도 불면증의 개선이 자살 사고의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유의했다[56].
Manber와 동료들의 연구에서는 우울 증상 심각도에 따른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의 반응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연구에서는 301명의 참가자들이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받고 난 이후, 우울, 자살 사고 등 수면 이외의 결과에서 증상 경감을 확인했으며, 치료 전에 자살 생각이 있다고 대답한 환자의 45%는 불면증 치료 후에는 자살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응답하였다[57].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가 자살 위험을 감소시키는 기제에 대해서는 기존 문헌들을 토대로 크게 세 가지의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불면증 치료를 통해 자살 위험성이 높은 정신질환 증상이 완화되어 자살 위험이 경감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를 통해 확인된 자살의 여러 위험 요인 중 정신질환은 자살과 가장 강력한 관계가 있는 요인이었고[58], 특히 주요 우울장애, 양극성 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알코올사용장애 등이 자살 위험이 높은 장애로 알려져 있다. 수면 문제는 위에 언급된 정신질환을 포함하여 많은 정신질환의 증상이며, 불면이나 과다수면 등의 문제 외에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의 악몽이나, 공황장애의 야간 공황발작 등 정신질환의 구체적 증상과 관련된 수면 문제도 특정 정신질환에서 동반될 수 있는 증상이다[59]. 이러한 수면 관련 증상은 불면증과 정신질환을 악화시키고, 치료되지 않은 수면 문제는 정신질환의 치료 반응을 저해할 수 있다[60,61]. 심리치료의 반응성 연구에 의하면 수면 문제는 치료 반응이 가장 느린 증상에 속하기도 하고[62], 정신질환의 다른 증상이 개선된다고 해도 수면 문제는 잔여 증상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정신질환은 물론 동반되는 수면 문제의 개선을 위해서는 수면 문제에 대한 독립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최근에는 다양한 정신질환에서 불면증이 공존하는 환자들에게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여 수면 외의 증상에서도 치료 효과를 확인하였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환자들에게 8회기의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한 후에 수면의 개선과 심리 사회적 기능의 향상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러한 효과는 6개월 이후 추적 연구에서도 유지되었다[63]. 다른 연구에서는 양극성 장애에 특징적인 수면 양상에 개입하고 치료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를 보완하여 총 8회기의 치료를 시행하였는데 심리 교육만 실시한 대조군에 비해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를 받은 집단에서 더 짧은 조증 삽화와, 유의하게 낮은 경조증/조증의 재발 비율을 확인하였다. 6개월 후에도 치료의 효과는 대부분 잘 유지되었다[64]. 주요 우울장애와 불면증이 공존하는 경우에도 항우울제와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함께 시행하는 것이 항우울제만 처방하는 것보다 우울과 불면 증상에 더 효과적이었다[65].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할 때 정신질환이 공존하는 경우 치료 동기나 심리적 자원을 우려 할 수 있지만, 메타분석에 의하면 수면 효율에 대한 치료 반응은 공존하는 정신질환이 없는 집단보다 정신질환이 공존하는 경우 더 좋았다[66]. 대부분의 경우에 불면증은 다른 질환과 공존하고 그중 정신질환은 자살 위험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동반되는 수면 문제의 경감, 치료 반응성의 개선, 정신질환 증상의 경감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살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만성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중년층 이상의 집단에게는 불면증 치료를 통한 신체질환의 개선도 자살 위험 경감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일 것이다. 불충분한 수면, 열악한 수면의 질 등 수면 문제가 질병 위험과 사망률을 높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39,67-69]. 수면 문제는 신체에 만성적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여 대사작용, 심혈관계, 면역체계 등 다양한 조절 체계에 누적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70-73]. 이는 특히 신체질환의 위험이 커지는 중년층 이상의 집단에게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되며, 신체질환은 우울 및 알코올 사용과 독립적으로 자살 경향성과 관계가 있고[74], 정신장애와 동반되지 않아도 자살 행동의 위험 요인이다[75]. 따라서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신체질환의 위험성이 낮아진다면 자살 경향성도 경감될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4].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를 통한 신체질환 위험성의 경감은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Irwin 등은 123명의 만성 불면증 노인들을 대상으로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했는데, 치료를 통해 다양한 수면 지표, 우울, 피로의 개선과 함께 심혈관계 질환 및 당뇨와 관련된 염증 위험의 지표가 될 수 있는 C-reactive protein 수준도 감소하였다[76]. 또 다른 연구에서 55세 이상의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심혈관계 질환, 대사성 질환 및 염증성 질환의 위험과 관련된 8개의 생리적 지표(biomarker)를 확인하고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 치료를 시행하였는데, 1년 후에 연구 시작 당시 높은 수준의 생물학적 지표를 확인했던 피험자들에게서 그 수준이 감소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70].
셋째, 불면증 증상의 개선을 통해 자살 위험으로 이어질수 있는 기제가 약화되어 자살 위험이 경감될 수 있을 것이다.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는 행동적, 인지적, 교육적 요소로 구성된 치료이다. 행동과 정서, 인지는 상호 간에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통한 개입은 수면과 관련된 정서, 인지, 행동 모두에 유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통한 인지적 개입의 효과성은 연구를 통해서도 검증되었다. Edinger와 그의 동료들은 불면증 환자들을 수면 관련 역기능적 신념과 자기 효능감이 낮은 집단과 높은 집단으로 구분하여 8주간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였다[77]. 수면과 관련된 인지적 무력감 수준이 높은 집단이 더 좋은 치료 효과성을 보였는데 이를 통해 수면에 대한 인지적 개입의 필요성과 치료의 효과성을 확인할 수 있다.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의 인지적 접근은 불면증을 지속시키는 걱정과 반추, 수면 관련 주의 편향, 수면에 관한 역기능적인 신념과 이를 지속시키는 안전 행동, 수면과 주간 기능 손상에 대한 오해 등을 다루며 기본적인 원리와 기법은 다른 장애에 적용되는 것과 비슷하다[78]. 필수적인 생물학적 과정인 수면의 어려움이 지속될수록 수면에 대한 무망감이 만연해지고 동반되는 부정적 정서는 강한 충동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자살 위험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20].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역기능적 인지와 동반되는 부정적 정서가 개선된다면 간접적으로 자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제가 약화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27,79]. 또한,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의 행동적 요소는 침대에 머무는 시간, 낮잠 등을 줄이고 수면 스케줄의 큰 변산성을 줄이는 과정을 통해 불규칙한 수면 스케줄과 수면 시간, 수면 효율 등을 개선시킬 수 있으므로 짧은 수면 시간과 불규칙한 스케줄로 인해 높아지는 자살 위험성에 개입하는 효과가 있다[80].
결 론
수면 문제가 자살의 위험성을 높이는 독립적인 요인임을 지지하는 근거는 증가하고 있고,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수면 문제를 개선시켰을 때 자살 위험이 경감하는 것은 더 많은 연구를 통한 경험적인 근거가 필요하지만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효과로 보인다. 수면 문제는 자살의 위험 인자로 알려진 다른 요인들에 비해 개입을 통한 변화가 가능하고, 정신질환 등에 비하면 낙인 가능성이 낮은 문제에 속한다. 또한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는 4~8회기 정도로 구성되어 비교적 짧은 회기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정신질환이나 다른 신체질환에 비하면 치료의 진입 장벽이 낮아 초기 개입이 보다 용이한 특징이 있으며, 수면을 다루면서 다른 위험 요인의 탐색과 지속적 모니터링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자살 위험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수면 문제도 함께 평가되어야 하며, 이는 자살 위험성에 대한 평가일 뿐 아니라 개입의 잠재적 타깃을 구체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수면에 대한 평가는 수면의 질과 수면 유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며, 수면 시간, 수면 스케줄 등 수면의 어려움을 다각도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7,52]. 자살 위험이 높은 정신질환의 치료 과정에서도 수면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수면문제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한 독립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또한 수면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감지된다면 그러한 변화가 자살의 취약성을 의미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자살 위험성에 대한 평가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7].
불면증과 자살의 관계에 관한 최근 리뷰 논문에서는 불면증과 자살 사고, 자살 행동의 분류와 평가에 관한 연구들의 비일관성을 지적하였다[20]. Silverman과 그의 동료들은 O’Carroll등이 제안한 자살 연구의 체계적인 명명법을 개정하여 자살의 개념을 구체화하고자 하였다[81,82]. 이 분류에 따르면 자살 관련 행동은 자살 의도의 수준과 자살 행동으로 인한 결과의 치명성의 수준에 따라 세분화할 수 있는데, 추후에 자살 위험성에 대한 평가를 할 때에도 제시된 분류체계에 따라 자살 사고 혹은 자살 행동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Acknowledge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Sungshin University Research Grant of 2017 (2016-2-11-024).